지난주, 미국에서 출발하여 한국 야구를 보는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좀 오래전부터 일본 야구 투어를 시작으로 유럽, 중남미 등에서 야구 투어를 하는 'Japanball(영어로 NPB 정보를 얻을 때 구글에 상위로 뜰 때가 많다)'이란 회사가 있는데 언제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다니. 야구로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돈을 번다니. 내가 아는 야구 관계자 중에 가장 부러운 사람이었다.
기획 단계에서 제일 먼저 보여줬던 건 '디에고베이스볼'이라는 틱톡 계정. 1년 넘게 직접 돌아다니며 응원가 동영상 위주로 올린 계정이었다. 독특한 문화가 있으니 보고 확정하라는 일종의 영업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세부일정부터 각종 예약, 그라운드투어 가이드까지 직접 발로 뛰었다.
처음 일정을 짤 땐 오가는 기간을 뺀 총 4일 중 3경기를 보고, 나머지 시간대엔 다른 스포츠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 축구는 A매치를 하고 있었고 태권도나 씨름같은 전통 스포츠도 일정이 없었다. 그래서 방문하기 4달 전 제안해본 것이 DMZ 투어. 그리고 돌아온 답 "거기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때다 싶어 랜디 존슨이 은퇴 후 사진작가로 DMZ 방문한 트위터와 함께 DMZ 사고가 거의 없다는 내용과 같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실 여기서 반은 성공했다고 직감했다. 옛날에 외국인 선수들이 KBO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였지만 실제 DMZ에 위험한 건 하나도 없지 않나. 분명 위험할 거라고 편견이 있는 분들이 실제 가봤을 땐 와우를 외칠 거라고 확신했다. (=중남미 여행해보면서 느낀 것들)
실제 DMZ 투어 당일날. 버스 이동 중에 전문 가이드가 동족상잔의 비극과 관련된 역사에 대한 얘기를 설명해주셨다. 또 이때다 싶어 버스에 내린 뒤 쉬는시간에 퀴즈를 냈다. "어떤 레전드 선수가 파일럿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액자 아래엔 한국전쟁 참가라는 뱃지도 있지요. 제가 명예의전당을 갔을 때 본 유일한 Korea라는 단어였습니다. 누굴까요?"
5초 고민하더니 한국 역사를 잘 아시던 분이 "테드 윌리엄스!"라고 하며 답을 맞췄다. 그리고 DMZ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야구 대화들.
이어서
"북한 가보신 분 있나요? 저밖에 없군요... 그렇다면 다른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가보신 분 있으신가요? 또 저밖에 없군요..."
(다들 웃음)
"쿠바의 라티노 아메리카노라는 구장이 있는데요. 미국 대통령이(오바마) 쿠바를 76년만에 방문할 때 방문한 곳이 중 하나가 이곳이기도 해요. 스포츠로 평화를 어쩌고 저쩌고... 우리나라도 올림픽으로…" 계속 이어지는 스포츠 대화들.
전날 KT위즈파크에 이어 이날은 저녁엔 잠실구장으로 향했다. 응원문화에 대해 되게 신기해했고, 체감상(이들은 직관을 자주한다) MLB와 NPB에 비해 젊은 팬들이 많다는 점과 여성팬 비율이 높다는 점에 대해 놀라워했다.
그 이후 창덕궁 후원이나 한강 라면도 굉장히 만족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성공적인 투어라고 극찬했다. 이후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JapanBall, JapanBall)과 인스타(https://www.instagram.com/japanballtravel/, @japanballtravel)의 반응도 예의 주시했는데 역시나 반응도 좋았다.
참고로 투어를 한 이들 중 일부는 이어서 NPB경기를 보러 간다(09.11~). 당연히 비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가위바위보에서도 지면 안되는 싸움 아닌가. 현장 뿐만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비교하지 않겠나. 여행다니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만큼 사진 찍는 거에 진심인 국가가 없다라는 것. 사진과 영상 열심히 찍어서 전달했는데 공식페이지엠 이런 사진을 많이 업로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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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극화와 저출산율이 겹치면 야구 관중수가 줄 수 밖에 없고, 더이상 내수시장만으론 어렵지 않겠냐는 걱정을 계속한다. 그때 'K-팝무비웹툰드라마푸드여행'가 흥할 때 살짝 탑승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야구의 경우 특유의 응원문화(좋지 않은 것도 포함)가 있어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튼 Japanball은 내년에도 또 하자며 사직 등등 늘려서 확장과 연속을 제안했다. 아무래도 거슬렸는지 상호명도 바꾼다고.
그러곤 나의 마지막 인사는 이랬다.
“언젠가 북한이랑 통일하면 나중에 우선권으로 야구 투어를 도와주겠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합시다”
(웃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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